차라투스트라는 말한다.
" 국가라고? 그것이 무엇인가? 자! 이제 내 말에 귀를 기울여라.
그대들에게 민족의 죽음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
국가라 하면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형성한 현시대까지의 집단 중
가장 큰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태초, 인류는 먹이 피라미드의 하단에 위치하여 생존력이 매우 낮았는데
인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무리 사회에서 부족 사회로,
부족 사회에서 추장 사회로,
추장 사회에서 원시 국가로,
원시 국가에서 현대 국가로,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인류의 생존력 또한 커지게 된 것이다.
" 국가는 모든 냉혹한 괴물 가운데서 가장 냉혹한 괴물이다.
그 괴물은 냉혹하게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
규모가 커진 집단은 전원의 의사를 반영하여 운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결정권을 소수가 맡아 운영하게 되면서 권력이 나타났다.
권력은 대(大)를 지키기 위한 소(小)의 희생이 바탕이었는데,
권력이 단단하게 굳어지며 대를 지킨다는 말은 명분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소수 집단은 결국 권력을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기 시작했다.
" 국가에 관한 모든 것이 가짜다.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국가는 훔친 이빨로 물어뜯는다.
심지어 그의 내장조차 가짜다. "
소수 집단은 국가라는 가면을 쓰고 대중들 앞에 나선다.
그리고 대중은 국가라는 가면에 속아 그들의 모략에 휘둘린다.
대중을 위하는 척, 대중을 그들의 뜻대로 움직인다.
대중은 결국 자신들이 가진 시간과 부를 빼앗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부동산 정책들,
목적은 안정화라 하지만
사실, 규제라는 명목으로 다른 사람들의 부동산을 빼앗고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소수가 가진 부동산을 확고히 다지는 것이다.
그것은 소수만을 위한 부동산 안정화 정책인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끝까지 본질을 내보이지 않을 것이다.
" 이 쓸모없는 잉여 인간들을 보라!
그들은 언제나 병들어 있고, 담즙을 토해내면서 그것을 신문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서로를 집어삼키지만, 결코 소화하지 못한다. "
글은 참 신기하다.
한 개의 상황을 가지고 여러 개의 사건으로 만들기도 하며
틀린 것을 맞게, 그른 것을 옳게 만들기도 한다.
예전에 경영층 보고 업무를 담당했었을 때 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장비를 교체해야 할 상황이 있었는데,
교체하는 팀에서는 장비 수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라 말했고
교체를 해주는 팀에서는 장비 관리 부주의에 대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나는 제삼자였는데,
입장이 다른 두 보고서가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각자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작은 사실을 두고 거대한 의견으로 포장을 한 것이다.
난 두 팀의 입장과 사실 관계를 알았기 때문에 두 보고서의 목적을 파악할 수 있었고
내용을 조율하여 결론을 맞췄다.
만약 내가 사실관계를 알지 못했다면
둘 중 한 팀의 의견을 수용하는 바보 같은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
글은 '전달 도구'다.
사실을 담아낼 뿐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수의 권력자들은 글을 이용한다.
그들은 어떤 목적으로 왜 썼는지 밝히지 않은 채
사실이란 포장지에 감싸 전국, 혹은 전 세계로 뿌려댄다.
그것 뒤에 가려져 있는,
권력을 가진 소수가 어떤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문장 몇 줄로 바보가 되는 것이다.
" 그들은 모두 왕좌에 오르려고 한다.
행복이 왕좌에 앉아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 그것이 그들의 망상이다.
때로는 진창이 왕좌에 앉아 있고, 때로는 왕좌가 진창 위에 앉아 있는 데도 말이다. "
나는 상위권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입학했었다.
그런데 막상 전교 1등인 친구를 보니, 그 타이틀이 멋져 보였다.
한마디로 정의가 되는 것이다.
'전교 1등'
욕심이 났다.
한 번쯤은 1등을 해야겠다 생각했고
2학년으로 올라갈 때, 나는 전교 1등을 했다.
처음 1등 성적표를 받았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선생님들도 부모님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주변 친구들도 나를 존경의 눈빛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이것은 잠깐이었다.
한 번만 해보고 싶어 했던 1등이었는데,
막상 쉬려고 마음을 먹으니 부담이 되었다.
1등을 놓치면
선생님과 부모님이 실망할 것 같았다.
친구들의 관심이 꺼질 것만 같았다.
내가 가진 거라곤 전교 1등이라는 타이틀뿐인데,
그게 없어지면 내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그 생각들이 나를 붙잡아두어 공부를 시켰다.
공부를 하면서도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전교 2등은 얼마나 공부를 했을까 생각하며
그 친구를 경계했다.
2년 동안 그 불안감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마지막 수능을 보면서 평생 경쟁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했었다.
지나고 보니,
1등이어서 행복했던 순간은 처음 딱 일주일이었다.
그다음부터는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학기가 시작할 때부터 불안감에 휩싸여 살아야 했다.
등수가 차이 나지 않는 친구들을 항상 경계했었고
성적이 나올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전교 1등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무거운 짐이 되었다.
권력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정상에 오르면 잠깐은 기쁘고 행복할지라도
그 무게를 버텨낸다는 게 마냥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번지르르한 말, 누구나 우러러보는 자리,
겉으로 좋아 보이는 것은 항상 그 이면에서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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