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눌렀다』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갇혀 지낸 지 약 3년,
해외여행을 나갈 일이 없어
잊고 있던 스마트폰 상단에 있는 비행기 모드를 상기시켜 준다.
팬데믹 이전에 우리들이 어떤 삶을 살아갔는지,
여행을 통해 어떤 것들을 경험했는지,
여행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직장인으로서 좁아지고 있는 생각의 틀을 깨뜨려줬고
신선한 공간에서의 삶을 통해 지루한 일상을 이겨내게 해 줬다.
하지만 최근 3년간 가까운 여행마저도 고민하게 만드는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주는 행복과 배움을 잊고 지내왔다.
책은 나에게 다시 한번 바깥세상으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마음속 작은 여행 세포를 일깨워줬다.
'비행기 모드'라는 단어는 사실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잊고 지낸 여행에 대한 삶을 얘기하고
다른 하나는 자신에게 '쉼'이라는,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라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폰에서 비행기 모드를 누르면 어떤 연락도 차단이 되는데,
우리의 삶도 한 번쯤은 주변의 모든 소음을 차단하고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에 대해 간단히 얘기를 하자면
회사생활을 청산하고 프리랜서로서 삶을 시작한 번역가다.
프리랜서라 하여 '프리'한 삶을 사는 줄 알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프리랜서의 삶이 실상은 어떤 직업보다 빡빡하고
업무에 계획성을 갖기가 매우 힘들었다.
프리하게 자신의 업무시간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주는 업체가 프리하게 그 사람을 활용한다는 느낌이었다.
긴급업무를 처리해주기 위해 며칠 동안 밤낮없이 일을 하게 되고
어떨 때는 일이 없어 며칠 동안 쉬게 된다고 한다.
사실 쉴 때도 언제 일이 들어올지 몰라 장기간 플랜을 새우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전혀... '프리'하지 못한 삶이었다.
또한, '프리랜서'라는 타이틀로 주변 사람들 마저도
저자를 '프리'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기도 했다.
'프리'할 것이라는 생각에 하는 갑작스러운 약속
'프리'할 것이라는 생각에 하는 사소한 번역 작업
사소하고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것들이 쌓여
삶의 집중력을 흐리고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기 위해
'비행기 모드'버튼을 택했던 것이었다.
[ 여행을 통해 얻는 삶 ]
저자는 팬데믹 직전에 미국을 방문했다.
그때 미국에 사는 친구의 도움으로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달 정도를 살았는데,
이때 촬영한 사진과 만났던 사람들,
여행지에서나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을 공유해 준다.
저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여행지에서도 서점을 잊지 않았다.
" 궁금한 것이 있으면 유튜브나 SNS에 해시태그를 넣어
검색하는 지인들과 달리 나는 여전히 책, 그리고 서점을 떠올린다.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 내는 데 쏟은
시간과 노력, 정성을 믿기 때문이다. "
책을 읽으면서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책'에 대한 생각이었다.
언젠가부터 SNS가 생각보다 쓸데없는 것을 보여주며 시간을 뺐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고자 하는 정보를 검색해도 과장된 혹은 너무 마케팅을 위한 정보만 제공해 줬다.
진짜 본질적인 정보를 찾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정말 공부하고 싶은 분야나,
제대로 된 정보를 찾고자 할 때는 꼭 관련된 책을 산다.
그것도 여러 권을 사서 다양하게 보는데,
확실히 책은 정보를 담아내고 대중화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기에 정보의 질이 높다.
특히 유명 인사들은 자존심이 걸고 책을 발행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 것 같다.
우연히 저널을 전시한 매대에서 광고를 위한 문구를 발견한다.
Write Your Life
" 손님이 저널을 구매하도록 쓴 홍보 문구일 뿐인데
내게는 웅장한 선언문처럼 다가왔다. "
이런 것들이 여행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집 앞 서점에서 봤으면 결코 와닿지 않을 문구였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이기에,
새로운 생각과 시야를 들고 갔기에 볼 수 있었던 '웅장한 문구'였던 것이다.
" 읽지 않으면 배울 수 없고 쓰지 않으면 배운 것을 소화할 수 없다 "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번역에 소질이 있어 번역가라는 직업을 택했다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내 생각을 뛰어넘을 만큼 읽기와 쓰기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은 것 같다.
나도 블로그를 운영하며 글을 쓴 지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확실히 쓰기는 읽기를 넘어서는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
읽기는 다른 사람의 지식을 단지 머릿속에 채워 넣는 느낌이다.
머릿속에 새로운 지식들을 채웠기에 많은 것을 배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물이 증발하듯 점차 사라진다.
인스턴트 같은 지식이었던 것이다.
쓰기는 그것을 보완해 준다.
그 지식들을 내 것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쓰기를 하게 되면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나에게는 어떤 의미가 되는지,
온전히 나에 입각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에게 맞는 지식으로 바뀌어 나를 이루는 하나의 세포가 되어 있는 것이다.
미술에도 관심이 많은 저자는 미술관을 방문했고 거기서도 '웅장한 문구'를 발견한다.
Errors... are the portals of Discovery
-James Joyes
실수란, 발견으로 향하는 문과 같다.
실수를 하면 누군가에게 얕보이는 것 같다.
실수를 하면 내가 모자란 사람처럼 보인다.
실수를 하면 다음 기회가 없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실수를 피하기 위해 실천도 하지 않은 이유들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일,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하는 일들을 마주치면 실수를 할까 두렵다.
그래도 지금은 극복을 했는데,
그 동기는 '성장'이었다.
아무리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고 공부를 해도 거기까지였다.
배우고 익힌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제자리걸음이었다.
많은 책에서 얘기하는 '도전'과 '실패'가 없으면
머릿속 지식은 결국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나름 실수를 극복하고 도전을 하는 중이다.
여기에 더해 저자가 한층 더 도전을 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줬다.
발견
언 듯 과거의 실천들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행동함으로써 배운 것들도 많다.
그런 것들이 바로 실수를 통해 얻은 '발견'들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로스앤젤레스를 여행하던 중 소박한 식당에서 저녁을 맞게 되었다.
외지 사람은 잘 알지 못하는 현지 식당이었지만
여느 유명 식당과 같이 허새를 부리지 않은 맛에 감탄을 하게 되었다.
"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은
쓸데없는 허세를 부리지 않고 중요한 것을 단단하게 지키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편안하고, 깔끔하고, 멋스럽다. "
나는 취미로 보컬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배운 지 약 3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기본만 배우고 있다.
물론 내가 재능도 없고 바닥부터 시작했기에 오래 걸린 것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지루해하지 않고 지금까지 기본을 다질 수 있는 이유는
기본만 가지고도 멋진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JTBC 프로그램 '바라던 바다'에서 온유(과거 샤이니)가 노래하는 것을 듣게 되었는데,
정말 담백하고 세련된 목소리였다.
그런데 이 목소리가 바로 기본기가 탄탄하게 잡혀있는 소리라는 것이다.
기교 없이 불러도 지루하지 않고 세련됐다.
질리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기본기의 중요성을 알고 나서 보컬 연습에 열정이 더해졌다.
목표가 없었다면 정말 지루하고 힘든 시간이었겠지만
나에겐 그럴 틈이 없었다.
하루하루 기본을 다지는 시간이 좋고 재밌다.
기본을 제대로 갖춘다는 것은 정말 멋있는 것이다.
" 반드시 유명 맛집 음식을 먹어야만 즐거운 것인지,
특정 기념품을 사야만 여행이 기념되는 것인지,
그 위치에서만 사진을 찍어야 여행이 여행다워지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여행 일정에 쫓겨 정신없이 걷느라 놓치는 것이 오히려 더 많지 않을까,라고. "
여행이라는 것은 생각도 마음도 모두 여행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생각보다 계획적인 사람이라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을 계획하는 편이다.
그래서 여행을 떠날 때도 가기 전에는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다.
PPT로 명소, 맛집 등을 시간순서대로 정리한다.
또한 여행지에 관련된 책도 사서 보고 영화도 본다.
또 역사도 공부한다.
하지만 갈 때는 이 모든 정보를 집에다 놓고 간다.
그리고 막상 현지에 들어서면 내가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을
즉흥적으로 한다.
동선도 비효율적이게 되고
비용도 더 많이 들지만,
계획이 없기에 매 순간 눈앞에 있는 것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현지 느낌의 골목을 보게 되고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식당을 가게 된다.
온전히 나만의 여행을 하게 된다.
여행은 이렇게 또 다른 내 모습을 찾아준다.
[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
펜데믹으로 인해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던 중
우연히 미국 여행을 갔다 온 사진을 보게 되었다.
프리랜서 일을 불규칙적이게 받아 불안해하고 있던 시기라
그 사진들이 저자에게는 꾀나 특별하게 와닿게 되었다.
" 끊임없이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고 회상하는 시간을 보내 보자. "
취직을 하고 나니 내가 경주마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만 해야 했다.
대학교 때는 취직을 하기 위해 공부만 했다.
취직을 해서 이제 자유롭게 사는가 싶더니,
집을 사야 해서 돈을 모아야 했고
결혼을 해야 해서 돈을 모아야 했다.
결혼한 우리 형을 보니,
애를 낳아야 했고 애를 키우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정말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와 같았다.
책 덕분에 한 번 더 뒤를 돌아보고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저자가 미국 여행 중 LA 비벌리 힐스에서 보게 된 슬로건이다.
I am couture!
* Couture(쿠튀르) : 맞춤복
" 우리는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다. "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거대한 기업 앞에선 나는 한없이 작아 보인다.
아무리 나를 드러내도 거대한 집단이 드리운 그림자에 가려지기 마련이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 음식, 생각이 있지만
회사 내에서 이런 것들은 불편한 기호에 지나지 않는다.
온전히 나에 대해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그들과는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가끔 불안하다.
내가 하는 업무는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집단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대체될 것만 같다.
I am couture,
회사 내에선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존재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대체될 수 없는 존재는 어디에서 일까,
책 『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눌렀다』는
소소한 여행 얘기를 통해 '쉼'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내가 올린 문구 말고도 가슴에 와닿는 글귀들이 많이 있었으며,
사진을 올리진 않았지만 멋스럽고 유니크한 사진들이 많았다.
책이 담고 있는 말과 사진이 많은 생각을 쥐어준다.
그 생각들이 난 결코 헛되지 않았던 것 같아 이렇게 글로 남기게 되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생겼던 거리두기 규제가 풀리면서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는데,
부디 3년간 가지 못했던 여행을 다니면서
빡빡했던 일상을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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