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잠과 덕에 관하여
유익한 강연을 할 줄 아는 어느 현자의 말을 듣게 된다.
“ 잠에 대한 경의와 부끄러움!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 낮 동안 열 번, 그대는 자신을 극복해야 한다. ”
차라투스트라는 잠을 잘 자기 위해선 낮에 스스로의 행실을 똑바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원인은 무언가로부터 마음이 불편해져 있거나, 신경 쓰이는 사건을 겪었기 때문이다.
‘신경 쓰이는 사건’, 주로 우리가 깨어 있는 낮 시간에 벌어진다.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낮 시간 동안 행실을 올바르게 해야 밤에 잠을 편히 잘 수 있다고 말한다.
“ 잠을 잘 자려면 모든 덕을 갖추어야 한다.
내가 거짓 증언을 하게 된다면?
내가 간통을 하게 된다면?
내가 이웃 하녀에게 욕정을 품기라도 한다면?
이 모든 것이 단잠을 방해한다. ”
낮 동안에 스스로가 정의한 도덕성에 어긋나는 행동을 취했을 경우,
그 생각은 매 순간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결국 침대에 누워서도 그 불편한 생각으로 인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상상하며,
나 스스로를 괴롭히게 된다.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다 보면 어느새 아침을 알리는 알람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 신과도 이웃과도 평화롭게 지내라! ···이웃의 악마와도 평화롭게 지내라! ”
도덕성을 넘어서,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힘들게 만드는 사람과도 다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직장 동료와 유선상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
참다, 참다, 폭발한 나는 그에게 모진 비수를 던졌고, 일시적으로 나마 그 비수를 통해 나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처음엔 나의 인내에 대한 보상이고 결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가다 얼굴이라도 마주치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다른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말이 너무 심하진 않았을까..’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 생각은 며칠이 지나도록 나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결국 나는 이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음료수를 손에 들고 그에게 찾아갔다.
그가 어떻게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는지는 잊고, 곧바로 내가 모진 말을 한 것에 대해 바로 사과했다.
말을 할 때는 내가 진 것 같아 수치스러워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 사람이 비웃을까 걱정도 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이 내가 무능한 사람이라 생각할까 창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말을 마치고 그 사람이 고마워하는 모습, 되려 더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해방되었다.
사과를 마치고 뒤돌아 오는 순간, 모든 것이 평안했다.
덕을 행한다는 것은 마음에 평안을 찾는 것이다.
마음의 평안은 곧 나에게 단잠을 선물해준다.
우리가 평소 행실을 신경 쓰지 못해 타인에게 실수를 범하면
결국 잠자기 전 나의 행실을 반성하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진심으로 나의 행동 하나, 말투 하나 경솔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 ···이제 밤이 오면 나는 잠을 부르지 않도록 조심한다!
덕의 주인인 잠은 자기를 부르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
잠을 잘 때를 생각해보자.
마음이 조급 해지거나 혹은 잠을 청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여 잠을 자려고 노력하면
되려 의식이 선명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결코 조금함에 잠을 찾지 말아야 한다.
“ 낮 동안 한 일과 생각한 것을 생각해본다.
··· 이렇게 숙고하며 마흔 가지 생각에 잠기다 보면,
덕의 주인인 잠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몰려온다. ”
잠을 찾는 대신, 낮 동안 있었던 나의 일과를 생각하자.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있을 것이다.
행여나 낮에 실수를 저질렀으면, 밤새 나를 돌아보며,
그 생각들로 인해 불편한 감정들이 커져 정신을 지배당한다.
그 감정들은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며 내가 편히 잠을 자려는 것을 방해한다.
결국 불면증이 찾아와 나의 의지를 깨우고 깊은 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아침을 맞이한다.
잠을 편히 자기 위해서는 낮 시간에 내 자신이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평안한 잠이라는 성과는 결국 낮의 노력에 달려있는 것이다.
행여나 불면증이 있다면 낮 시간의 내가 무언가를 잘못하진 않았는지,
조급한 마음에 잠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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